[아빠 이야기...] 우리는 누구나 아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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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이야기...] 우리는 누구나 아퍼...

아름다운세상 2 56 12.03 07:19

#1

 

" 아빠! 오늘은 절대 술먹으면 안된데이~

오늘 내 '운동회'인거 알제?

절대 술먹지 말고 온네이...

꼭! 약속하는기다~~

오늘 또 술먹고 오면 아빠 미워할끼다~

알았제? "

 

 

교문 입구에 들어서는 아빠가

저만치에서 보인다.

취. 했. 다  ㅜㅜ

나와의 약속은 안중에도 없이...

초등학교 6학년 운동회때였다.

 

 

 

 #2

 

" 아빠! 오늘은 절대 술먹으면 안된데이~

오늘 내 '졸업식'인거 알제?

절대 절대 술먹지 말고 온네이...

꼭! 꼭! 약속하는기다~~

오늘 또 술먹고 오면 아빠 정말 미워할끼다~

알았제? "

 

 

비탈진 대학교 오르막길을

힘겹게 올라오는 아빠가 보인다.

취..했..다  ㅜㅜ

나와의 약속은 또 안중에도 없이...

대학교 졸업식때였다.

 

1.jpg

 

 

 #3

 

" 아빠! 오늘은 절대 술먹으면안된데이~

오늘 내 '상견례'인거 알제?

절대 절대 술먹지 말고 온네이...

꼭! 꼭! 꼭! 약속하는기다~~~~

오늘 또 술먹고 오면

아빠...진짜 진짜 미워할끼다~~~

알았제? "

 

 

고급횟집...

영화의 한장면처럼

천~천~히 문이 열린다.

취...했...다  ㅜㅜ

나와의 약속은 또 또 안중에도 없이... ㅜㅜ

내 시댁어른들과의 첫 상견례 자리였다.

 

 

 

#4

 

" 아빠! 오늘은 진~~짜~~ 술먹으면 안된데이~

오늘 내 '결혼식'인거 알제?

오늘은 절대 절대 절대 술먹지 말고 온나....쫌...

꼭! 꼭! 꼭! 약속하는기다~~~~

오늘 하루만 딱!!!

아니 딱 2시간만 참아봐래이...

2시간만 참으면 내가 술 많이 사주께...

오늘도 또 술먹고 오면 진짜 삐질끼다이~~

알았제? "

 

 

신부대기실로 아빠가 들어온다.

(우씨~~~~~~~~~~~~ㅠㅠ)

취....

........했......

....다 ........ ㅜㅜ

나와의 약속은

여.전.히 안중에도 없이...ㅠㅠ

나의 결혼식때였다.  ㅠㅠ

 

2.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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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일 술을  마.시.던  아빠

딸에게 술 심부름을  시.키.던  아빠

술사게 돈 좀 있냐고 늘  묻.던. 아빠

엄마가 숨겨둔 술을 찾아 매일 집을  뒤.지.던 아빠

 

 

 

바보엄마의 아빠는...

'술사남' 이였습니다.

술사남???

'술을 사랑하는 남자'...

좀 과하게...

'알콜중독자'라는 말은...

딸로써...

차마 쓰고 싶지 않네요...ㅜㅜ

 

 

 

어쩌다...

간혹가다...

참 드물게...

아빠가 취해있지 않을때는

오히려 걱정이 되곤 했지요.

아빠가 아프다는 거거든요.

몸이 정말 심하게 아플때만

유일하게 술을 안드셨으니까요.

그럴때야 비로소 ...

아빠의  '맑은 눈'을 볼수 있었다지요...ㅜㅜ

뭐 그것도 연중행사라고나 할까나...ㅜㅜ

 

 

 

20살에 결혼해

올망졸망한 네명의 아이들을 데리고

술사남 아빠꺼정...ㅜㅜ

떡대좋은

쌈.닭.으.로  변해간 우리 엄만...

정당방위인걸로..ㅜㅜ

 

.

.

.

.

 


큰아이를 뱃속에 가지고 임신4개월이던...

어느날 밤 12시 32분!

핸드폰이 울리더이다.

가끔씩 있던 일인지라

여유를 부리며 병원에 도착했지요...

오랜만에 아빠 눈이   맑.더.이.다.

 

 

" 많이 아픈가보네.

오늘은 술, 안먹은걸 보니... "

농담반 진담반으로  '툭'  내던진

그말이...

그 무심한 말이...

살아생전 아빠에게 전해진

마.지.막.말.이

되어버렸다지요...

ㅠㅠ

ㅠㅠ

ㅠㅠ

 

 

 

그날밤...

무에가 그리 급했던지

저의 그 무심한 말 한마디만 듣고선

저희 아빠는

바삐...

서둘러...

가셨습니다.

가버리셨습니다...

ㅠㅠ

ㅠㅠ

ㅠㅠ


.

.

.

.

 

저희 사남매는 아빠 산소에 갈때

소주 2병을 들고 갑니다.

살아생전에 늘 우리에게 신신당부하던

아빠의 유언?이 있었거든요.

"희야~~ 나 죽으면 내 보러올때

소주 두병은 사온네이...."

한병은 모지란데이~~~" 

 

 

아빠가 그리 말할때마다 제가 그랬지요...

"으이구~~~그게 아빠 유언이가?"

"알았다!! 두병은 무슨...

갈때마다 소주 한박스 사가께..."

 "그럼 더 좋고....허허허허허...." (아빠)

 

( 근데 지금 한박스는 못사가고 있어요.

돈이 꽤 비싸더라구요...ㅋㅋ

아빠 유언대로 두병만 사가는걸로...ㅋ)

  

.

.

.

.

 

 

 [ 아빠에게 보내는 편지 ]

 

♥♥♥♥♥♥♥♥♥♥♥♥♥♥

" 아빠~~~~~~~~~~~~~~

나...희야~

아빠 둘째딸....^^

그곳에서 잘 지내고 있제?

근데... 아빠!

거기에도 소주 파나?

엄마처럼 천사님도 술 숨긴다고 바쁘겄다...

아빠는 술 찾는다고 바쁘고....ㅋㅋ

예전처럼 내가 찾아줄수도 없네...ㅜㅜ

언젠가...

나도 거기에 가게되믄....

술찾는거 도와주께 아빠...ㅋㅋ"

 

 

 

"그리고 아빠!!!

아빠가 늘 술에 취해 있었어도...

아빠 둘째딸 희야는...

아빠를 무지 무지 무지 사랑했데이~~~~"

"그날 아빠가 너무 급히 가는 바람에...

이말도 못했다이가..."

ㅠㅠ

사랑한다....아빠....

너무...늦...게... 말해서 미안하데이~~~"

ㅠㅠ

 

 

 

" 그리고 아빠!!!

아빠한테...

이말도 꼬옥 하고 싶었데이."

"담생에 태어나믄....

맑/은/눈/으/로 

'멋드러진 인생' 한번 살아봐라~~~"

희야도 아빠 딸로 다시 태어나

그땐...

나도...

나도.....

'멋드러진 딸'이 될께....."

ㅠㅠ

ㅠㅠ

ㅠㅠ

 

3.jpg

 

.

.

.

.

 
어떤 분들은

이런 저의 경험을

[내적불행]이라고

명명하더군요.

내...적...불...행....???

개~~~~뿔~~~~~~~~!!!!

 

 

 

그저...

작은 생채기에요.

그저...

가벼운 에피소드쯤이에요.

그저...

누구나 겪을수 있는 삶의 질곡중 하나에요.

누구나 한번쯤은 경험할수 있는...

흔...해...빠...진...

 

  

 

어린시절...

알콜중독자였던 아빠가...

바보엄마에게 '내적불행'이 아니라...

그저...

조금 유쾌하지 않은...

과거기억의  한자락일 뿐인것처럼...

 

 


어린시절, 혹은 지금 현재...

부모로부터

가족으로부터

남편, 아이들로부터

친구로부터

직장동료로부터

받은...

당신의 내밀한 상처...

당신의 아픈상처의 잔영들...

당신이 서럽게 아파하는 '그 무엇'에

'내적불행'이라는 꼬리표를 붙이고

아픔과 슬픔과 고통과 괴로움이라는

감정을 덧씌운

뜨거운 석탄덩이를 손에 쥐고 있지 말아요.

화상을 입는건 다름아닌...

당/신/이/니/까/요...

 

 


이제...

당신의 그 은밀한 아픈 상처를

머리에 이고 있지 말고...

당신...

발.아.래.두.고

밟.고.서.셔.요

그리고 ...

바보엄마가 자주 흥얼거리는

Easy FM의 이 노래를...

당신도 흥얼거려 보는걸로!!!^^

 

 

 

'아무것도 아니야~~~~

 아무일도 아니야~~~~

 아무말도 아니야~~~~'

 

 

 

가만히 내버려두면...
딱지 앉고...
아물고...
보일듯 말듯한 작디작은 흉터일뿐인데...
자꾸

만지고...

덧대고...

후벼파니...
자꾸 상처가 도지는걸루요.
상처를 도지게 하는건
'내적불행'이 아니라...
정작...
'자기자신' 이라는것...ㅜㅜ

 

 

 

이제 ....

'내적불행'이라는 고메하신 단어는

집어치아뿌고...

그.깟.상.처.쯤.은

개무시하는걸로...ㅋ^^

 

 

 

이런저런 고민과 아픔을 마주하며...
힘들어하고 있는 당신을 위해

이 바보엄마가

우리아빠까지 팔아가며?ㅋ

드리는...

'싸구려 위로'인걸로.....

위로가 안됐음 할수엄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p.s

과거에 혹은 현재진행중인

고민과 고통에

너무 아파하지말아요...

너도 나도 ...

"아프다... 아프다..."

하면...

소는 누가 키우는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어릴적 불행에 힘들어하는 지인에게 보낸 글....  -

Comments

달님 12.03 12:38
우리네아ㅡ버ㅡ지~~이야기
잘읽엇네요~오늘도즐건하루 되셔요~
몸부림 12.04 10:23
잘 보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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